이 감동적인 실황 음반은 최근에 있었던 역사적 이벤트를 담고 있다. 2002년 8월, 역사상 최악의 홍수로 엘베강이 범람해서 드레스덴과 젬페오퍼를 덮쳤던 때 급하게 연주여행에서 돌아온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프라하> 교향곡을 연주했으며, 12월의 복구 재개관 연주회에서는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연주했다. 브루크너 8번에서 하이팅크는 스튜디오 녹음의 서두르는 조급함(1969)이나 냉정함(1996)이 아닌, 생명력이 넘치고 웅혼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최상의 연주를 들려준다. 느리게 울려퍼지는 아다지오 악장의 클라이맥스는 순음악적으로도 감동적이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특유의 음색 역시 인상적이다. 유려하게 흐르는 모차르트 역시 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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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와 브루크너 양쪽 모두에서 뛰어난 성과를 일구어내었던 현존 지휘자를 꼽으라면, 하이팅크의 이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할 것이다. 하이팅크는 그간 콘체르트헤보우나 빈 필과의 작업을 통해 브루크너 교향곡의 진미를 멋지게 보여준바 있다. 최근 프로필을 통해 발매되고 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의 실황녹음들 역시 위대한 브루크네리언으로서의 하이팅크의 위상을 한층 더 굳건하게 만든다. 유연함이 돋보였던 지난번 6번 교향곡도 좋았지만, 그보다 1년 앞서의 기록인 이번 8번 교향곡은 이 거작의 위용을 실황을 통해서도 흠잡을 곳 없이 구현해내고 있는 이 지휘자의 탁월한 연출력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신보는 상용반으로는 4번째에 해당하는 하이팅크의 동 곡 녹음이다. 타이트한 전개를 보여주었던 69년 녹음이 다소 이질적이지만, 이후 등장한 세 음반은 거의 유사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긴 호흡과 묵직한 템포, 그리고 탄탄한 저역의 토대 위로 탄탄하게 구축되는 장쾌한 오르간 사운드를 통해 이 작품의 방대한 스케일을 유감없이 드러낸 연주들이다. 몇몇 곳에서 앙상블이 조금씩 어긋나는 곳도 발견되지만, 수차의 실황을 짜깁기한 허울만 라이브인 여러 실황음반들과 달리 단 하루의 공연을 그대로 담은 액면그대로의 라이브 음반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별다른 불만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고요히 잠자던 거대한 공룡이 서서히 깨어나 마침내 크게 포효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1악장에 이어서, 스케르초의 긴장감과 트리오의 유연함이 뚜렷이 대비되는 2악장이 이어진다. 긴 호흡과 넉넉한 템포로 브루크너가 정성껏 새겨 넣은 숭엄한 악상들을 서서히 고조시켜나가는 아다지오 악장은 이 연주의 백미와도 같다. 당당하게 연출된 마지막 악장의 감동도 나무랄 곳 없다.

함께 수록된 모차르트 교향곡 38번 ‘프라하’도 수연이다. 최근 대세를 이루는 절충주의에 일절 관심이 없는 노거장의 고집이 느껴지는 복고풍 연주지만, 여유로운 흐름 위로 모차르트 음악에 깃든 생기로움과 우아함을 자연스레 드러내었다. 이 실황음반과 관련된 정황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2002년 8월 중부유럽의 폭우로 인해 드레스덴을 가로지르는 엘베강이 크게 범람하였다. 드레스덴 곳곳이 수해를 입었는데, 슈타츠카펠레의 본거지인 젬퍼오퍼 역시 피해를 입었다. 젬퍼오퍼가 복구되는 동안 악단은 문화궁전(Kulturpalast)을 임시 거점으로 삼았는데, 모차르트의 프라하 교향곡은 바로 그 기간 중인 9월 2일의 공연실황이다. 복구가 완료된 젬퍼오퍼의 재개관 콘서트는 그해 12월 3일에 있었는데,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이 바로 그날의 실황이다. 내지 곳곳에 물에 잠긴 드레스덴의 사진이 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 월간 La Musica - 이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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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 BRUCKNER/ WOLFGANG AMADEUS MOZART - SINFONIE NO.8, PRAGER SINFONIE/ BERNARD HAITINK [EDITION STAATSKAPELLE DRESDEN VOL.24]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모차르트: 프라하 교향곡 - 하이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