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PROKOFIEV/ ALEXANDER TCHEREPNIN/ GEORGE CRUMB - SINFONIA CONCERTANTE/ PIETER WISPELWEY, VASSILY SINAISKY [SACD HYBRID] [프로코피에프: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체레프닌, 크럼 - 비스펠베이]

피터르 비스펠베이(첼로), 바실리 시나이스키(지휘),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세기 첼로 협주곡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코피에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담은 이 실황음반에서 비스펠베이는 불타는 정열로 질주했던 요요마나 미샤 마이스키와는 달리 작곡가의 서사시적인 나레이션을 설득력 있게 읊조리며,
고통과 절망에서 노스텔지어와 서정미를 오가는 폭넓은 감정을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특히 카덴차와 작품의 관계를 보여주는 독특한 시선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음악적 혜안을 드러내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폭넓은 색채를 멋지게 연주한 오케스트라 역시 훌륭하다. 동양적 감성을 잘 살려낸 체레프닌과 고독한 음영이 강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크럼 역시 20세기 음악 연주에 대한 편협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개성적인 연주다.

[Review]

여러분은 어떤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프로코피에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음반을 갖고 계신지?
젊은 혈기에 거칠 것이 없었던 요요마의 연주(Sony)인가? 아니면 장한나의 섬세하면서도 빈틈없는 꼼꼼함으로 한 순간도 귀를 뗄 수 없는 연주(EMI)인가?
아니면 넘치는 에너지와 박력이 눈앞에 펼쳐지는 알렉산더 루딘의 연주(Naxos)인가? 그렇다면 비스펠베이의 신보가 당신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15년 전에 힌데미트와 리게티 등 현대음악 앨범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비스펠베이였지만, 최근의 20세기 음악 연주는 ‘왕년’ 같지는 않다.
특히 프로코피에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상황이 좀 더 심한데, 엘가의 협주곡을 연주하듯 감수성이 풍부한 보잉은 긴장감을 떨어뜨릴 뿐이며, 드보르작을 연주하듯 예쁜 소리를 지향하는 음색은 남장 여자를 보는 듯 부담스럽다.
여기에 시나이스키가 지휘하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비스펠베이의 비유에 맞추기에 급급해 보인다.

조지 크럼의 ‘첼로 독주 소나타’(1955)는 1990년에 매트 하이모비츠에 의해 녹음(DG)된 후 많은 음반들이 뒤를 이었으며, 국내에서도 도전적인 연주자들에 의해 종종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하이모비츠는 한 음 한 음에 다이나믹을 만들기보다는 꽉 찬 음향으로 무게감 있게 다루었다면, 비스펠베이는 이와 달리 다이나믹과 비브라토를 섬세하게 제어하여 고독한 솔로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비스펠베이의 깊은 감수성은 현대음악 연주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지만, 그런 만큼 낯선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짧은 음정을 꾸밈음처럼 작은 소리로 살짝 지나가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낭만적 처리는 재고해야할 문제이다.

결국 새로운 레퍼토리로서 위의 두 곡 사이에 끼어있는 체레프닌의 ‘첼로 독주 모음곡’(1946)에 주목하게 된다.
중국풍의 선율이 자주 귀에 들리는 이 독특한 작품은, 직접적으로 지역색을 드러내기보다는 동양적안 음계를 활용하는 측면으로 은근히 접근한다.
특히 3악장은 연못가의 고즈넉한 정자가 떠오를 정도로 명상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며, 비스펠베이는 마치 중국의 얼후(二胡: 우리나라의 해금과 유사한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내는 듯 그 답지 않게 음을 길게 뽑아내어 전체적으로 감칠맛으로 가득 채운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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