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도 경건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창조해 온 거장 필립 헤레베헤가 자신의 음반사 '파이'를 설립하고 그 첫 번째 음반으로 말러 교향곡 4번을 선택하였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균형 잡힌 말러의 감동을 향한 헤레베헤의 도전은 진정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한 향기로운 음악을 창조해 내었다. 소프라노 로즈마리 조슈아의 깊은 비브라토가 이끄는 강렬한 흡인력의 4악장에 이르기까지 황금비율로 가득 찬 연주로, 한없이 투명하고 질감어린 녹음이 또한 그 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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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레베헤가 자신의 레이블인 파이(Phi)의 첫 음반으로 말러를 택했다. 그는 앞서 쇤베르크가 편곡한 실내악 버전의 ‘대지의 노래’(1993년)와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2005년)를 선보인 바 있지만, 제대로 된 말러 교향곡 레코딩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브루크너 교향곡 프로젝트가 7,4,5번 이후 답보상황에 놓인 것을 볼 때, 이번 말러 여정 역시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신보의 등장만으로도 헤레베헤의 팬들이나 말러리안들 양쪽 모두에게 상당한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에서 시도되었던 방식 그대로 이번 말러 교향곡 4번 역시 19/20세기 전환기 무렵의 악기들과 당대의 연주법을 통해 작품의 초연 당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유튜브에 올라온 리허설 동영상을 보면 이들이 바로크시대 스타일의 고악기로 말러를 연주하는 난센스를 시도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주와 뚜렷이 차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거트현과 절제된 비브라토를 통해 현악파트가 만들어내는 섬세하고도 서늘한 소노러티와 다소 작은 볼륨의 부드러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1세기 전 관악기들의 조화로움을 통해 티 없는 천국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맑고 가벼운 느낌으로 펼쳐져 나간다.

찰랑대는 방울과 목제 플루트의 맑은 울림으로 시작되는 1악장의 서두에서부터 이 연주의 방향성이 충분히 짐작된다. 현 파트의 투명한 텍스처 사이로 내성부들의 오밀조밀한 움직임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점도 인상적이다. 헤레베헤는 적정 수준의 템포 루바토와 섬세한 다이내믹 조절을 통해 자연스런 악상의 흐름과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어나간다. 목제 플루트의 청명한 울림은 전개부에 등장하는 ‘천국’ 모티프를 한결 명쾌하게 드러낸다.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해맑은 기운으로 인해 전개부 클라이맥스의 히스테릭한 느낌이 크게 부각되지 못한 점이 오히려 아쉽다. 2악장 스케르초는 ‘죽음의 춤’에 걸맞은 그로테스크함보다는 소박하고도 정겨운 시골의 잔치음악을 듣는 느낌이며, 거트현의 스코르다투라 솔로 바이올린은 길거리 악사의 피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말러 교향곡들의 느린 악장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서정미를 자랑하는 악장인 3악장 ‘평온’(Ruhevoll)은 이들에게 어려운 난관이 되었을 것이다. 자칫 앙상하고 차가운 연주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헤레베헤는 섬세한 디테일과 차분한 흐름을 통해 기대이상의 선전을 펼쳐나간다. 매끄러운 질감의 바이올린 위로 살며시 떠오르는 마르셀 퐁셀의 기막힌 오보에 솔로는 참으로 천국의 음악과도 같은 감동을 준다. 악장 후반부의 충분한 파워를 담아낸 강렬한 총주 이후 4악장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마지막 마무리에서는 헤레베헤의 꼼꼼한 조탁이 돋보인다. 4악장을 리드해나가는 로즈마리 조슈아의 맑은 음성과 경쾌한 가창은 앞서 세 악장을 통해 구현된 헤레베헤의 천국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내지 속 트랙 인덱스에는 마지막 악장의 연주시간이 6분 41초로 오기되었지만, 사실은 8분 41초의 제법 여유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 월간 La Musica - 이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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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 - SYMPHONY NO.4/ ROSEMARY JOSHUA, PHILIPPE HERREWEGHE [말러: 교향곡 4번 - 필립 헤레베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