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공개 실황 녹음이 속속 등장하면서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루돌프 켐페의 진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1959년 6월 16일 런던 로열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있었던 바그너 <파르지팔> 공연은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자료로서, 고틀로프 프리크, 에베르하르트 베흐터, 게르다 람머스 등 정상의 바그너 가수들을 지성적이고 세심하게 도우면서 곡의 흐름을 잡아나가는 켐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켐페 특유의 서정적인 감각과 정열이 빛을 발하는 3막은 인상적이며, 폭이 넓고 선명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프리크의 아름다운 노래와 개성적인 성격묘사는 시종일관 깊은 감명을 준다. 많은 바그네리안들이 기다려 온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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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많이 듣다 보면 듣기도 전에 어느 정도 연주의 내용이 짐작되는 것들이 있다. 연주자들의 이름을 보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고 녹음 시기나 연주 단체, 녹음 장소 등등을 살펴보면 대략 어떤 수준일지 상상이 되고 거의 대부분은 상상과 일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연주자의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켐페와 바그너, 코벤트 가든, 59년 실황녹음 정도의 정보라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혹자는 테스타먼트에서 발매한 바그너 오페라 실황이라는 점에 주목해서 상당한 기대를 할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코벤트 가든의 59년 실황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코벤트 가든 실황이라고 들어본 것 중에 녹음상태가 만족스러웠던 것이 그리 많지 않았던 필자의 경험상 그것도 50년대 녹음이라는 점에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녹음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물론 테스타먼트사에서 정성껏 잘 다듬어 놓은 상태라는 것은 충분히 확인 가능하지만 오리지널 소스의 열악함을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SP시절 녹음을 듣는 듯 아득하게 둔탁하기만 한 음향과 종종 흔들리는 음향상태가 안타까운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바이로이트 실황 정도의 수준을 기대한 감상자라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둔탁한 녹음과 달리 연주 자체는 대단히 훌륭한 수준인데 켐페의 지휘가 만들어내는 템포와 프레이징은 늘 그러했듯이 모범답안이라 할 만하며 가수진 또한 나무랄 데 없이 진중한 열연을 들려주고 있는데 성악은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포착되어 충분히 들을만하다. 특히 고틀로프 프리크의 구르네만츠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소중한데 1막 중 '구르네만츠의 이야기' 대목은 켐페가 이끌어내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읊조리는 풍모가 인상적이다. 파르지팔의 매니아라면 프리크의 구르네만츠만으로도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일반 애호가에게라면 녹음상태 때문에 선뜻 권하기는 어려운 수준.

- 월간 La Musica - 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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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WAGNER - PARSIFAL/ RUDOLF KEMPE [바그너: 파르지팔 - 코벤트가든 실황 1959 | 루돌프 켐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