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허식과 외면적 아름다움을 배제하고 바흐 음악의 한없이 다양한 음악적 내용과 심오한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전념하는 지히스발트 카위컨과 라 프티트 방드의 바흐 칸타타 시리즈가 10집에 이르렀다. 10집에는 부활절 후 4~6주를 위한 칸타타 세 곡과 저 유명한 승천절 오라토리오가 담겼는데, 카위컨 특유의 최소편성 리피에니스트-콘체르니스트 해석은 이제 완성에 도달한 듯 시종일관 아름답고 균형 잡힌 연주를 만들어낸다. 앙상블로서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리는 젊은 성악가 네 사람, 그리고 카위컨 본인을 필두로 마르크 앙타이, 에발트 데메예르 등 명인들의 섬세한 기악 연주는 이 시리즈만의 미덕으로, 특히 칸타타 108번 <너를 위해 떠나노라>는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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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에 따른 20개의 칸타타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는 카위컨의 프로젝트가 드디어 하프라인을 넘어섰다. 이번 10집은 칸타테(찬양주일), 로가테(부활절 후 5번째 일요일), 승천절, 엑사우디(승천절 후 첫 일요일)를 위한 4개의 칸타타를 순차적인 주기로 수록하고 있다.

108번 ‘내가 이제 떠남은 너희를 위함이라’는 예수가 승천하면서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씀을 표현하고 있다. 베이스에 의해 차분하게 그려지는 이 대사들은 전형적인 프랑스 서곡풍의 부점 리듬으로 표현되는데 카위컨의 시리즈들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가창을 들려주는 얀 판 데어 크라벤에 의해 차분하고 위엄 있게 전달되고 있다. 2악장에서 테너와 함께 교차되는 독주 바이올린은 하나님과의 대화 혹은 제자들을 괴롭히는 의심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데 카위컨의 건조한 바이올린 연주와 크리스토프 겐츠의 의도적인 유약함이 좋은 상성을 이룬다.

로가테를 위한 칸타타인 86번은 앞의 108번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최초의 아리오소는 예수님의 음성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어지는 알토의 아리아와 바이올린의 독주는 날카로운 장미 가시를 드러내는데 카위컨의 편성은 이러한 묘사적인 성격의 악장들을 강조하는데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있다.

승천절 오라토리오인 11번은 트럼펫과 팀파니, 오르간 등이 편성된 작품으로 웅장한 사운드로 축제적인 분위기를 구현해야하는 작품이다. 카위컨은 기악부의 보강으로 강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합창의 빈약함으로 인해 편성상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약점이 노출되었다.

마지막 44번은 이번 음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두 대의 오보에와 테너, 베이스, 바소 콘티누오의 5성부가 내밀하고 명상적인 5성부의 악상을 드러내다가 급작스러운 합창으로 변환되는 장면에서 정점에 오른 카위컨의 분석력이 돋보이며 슬픔의 폭풍에서 기쁨의 태양을 노래하는 시리 토른힐의 밝고 경쾌한 가창도 탁월하다.

- 월간 La Musica - 노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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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SEBASTIAN BACH - CANTATAS BWV 108,86,11,44/ LA PETITE BANDE, SIGISWALD KUIJKEN [SACD HYBRID] [바흐 칸타타 10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