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음악사에 거대한 획을 그은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발레 뤼스)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을 탐구하는 바덴바덴-프라이부르크 SWR 심포니의 야심적인 시리즈, 제3탄은 저 유명한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와 함께 플로렌트 슈미트의 <살로메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현대 음악 해석의 권위자인 실바인 캄브렐링은 드뷔시 작품에서 에로틱하면서도 늘어지지 않는 명쾌함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페트루슈카>의 섬세한 세부 묘사도 훌륭하다. 한편 슈미트의 <살로메>는 참된 재발견으로, 달콤한 데카당스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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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발레 뤼스의 공연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마찬가지이다(비록 ‘제전’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제전’은 요란했던 발레 공연이 있은 뒤 관현악만으로 공연되어 비로소 성공을 거둔 반면, ‘목신의 오후’는 이미 관현악곡으로 성공을 거고 있던 중에 발레 뤼스의 공연으로 논란거리가 되었다. 목신 판 역을 맡았던 니진스키(음반 표지에 실린 레온 박스트의 그림은 바로 그가 판으로 분장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는 천재적인 해석으로 곡의 관능적인 권태로움을 충실히 표현했지만,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공연 당시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연주되었는지 이젠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이 ‘발레 뤼스 3집’에 실린 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니진스키 자신부터가 표현에 애를 먹었을 테니 말이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 녹음의 연주가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다. 캠브렐링은 주의를 기울여 모든 세부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만 대개는 찬사를 받을 이런 해석이 드뷔시의 경우에는 꼭 어울린다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기존 녹음들과 같은 나른한 관능성은 찾기 어려우며, 특히 현이 큰 물결을 이루면서 굽이치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대개 오블리가토에 불과한 목관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주선율의 사무치는 동경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플로랑 슈미트의 음악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살로메의 비극’은 1907년에 로이 풀러(미국 태생으로 파리에서 활동한 무용가. 실험적인 무용으로 당대에 찬사를 누렸고 아르누보 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를 위해 작곡되었고 발레 뤼스가 이 곡을 공연한 것은 1913년의 일이었다(그러나 악보를 헌정받은 사람은 스트라빈스키였다). 이 작품은 드뷔시를 후기낭만 풍으로 확장한 뒤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적당히 버무려 넣은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런 느낌이 작곡가의 개성을 의심케 할지라도 다채로운 음색과 관능적인 화성에서 매력을 느끼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큰 스케일로 음의 팔레트를 마음껏 사용한 캠브렐링의 해석은 무난한 수준 이상이며, 슈투트가르트 남서 독일 라디오 방송 성악 앙상블의 여성 단원들은 일부 대목에 등장하는 신비롭지만 다소 단조로운 느낌의 보칼리제 합창을 정갈하게 노래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살로메의 비극’에 찬사를 보냈다고 하지만, 이 곡이 그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당시 스트라빈스키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었고, 1911년에 완성된 ‘페트루슈카’ 역시 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캠프렐링의 연주는 확실히 불레즈/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녹음(DG)과 같은 환상적인 투명함과 (거의 전음렬적인) 정교함을 보여주지는 않으며, 특히 목관의 기량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대담하고 선이 뚜렷한 표현과 강렬한 다이내믹 대비로 각 악상의 분위기를 손에 잡힐 듯 뚜렷하게 살려낸 이 녹음 역시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녹음은 양호하다.

- 월간 La Musica - 황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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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DEBUSSY/ FLORENT SCHMITT/ IGOR STRAVINSKY - BALLETS RUSSES VOL.3/ SYLVAIN CAMBRELING [러시아 발레단을 위한 음악 3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