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전설적인 러시아 발레단을 위해 만들어진 걸작을 망라하는 시리즈 제2탄은 라벨 최만년의 일대 걸작으로 꼽히는 <다프니스와 클로에>, 그리고 풀랑크의 <암사슴>을 싣고 있다. 길렌은 특유의 정교한 해석으로 마법과 같은 음향이 흐르는 <다프니스와 클로에>에서 수정같이 투명한 텍스추어를 이끌어냈으며, 마르첼로 비오티는 풀랑크의 <암사슴>에서 서정미와 생생한 활력으로 음악에 담긴 위트와 섬세한 에로티시즘을 이끌어냈다. ‘다채롭고 충만하며 생생한 연주를 담은 빼어난 연주이다.’ - 그라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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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독일방송 교향악단의 두 번째 ‘발레 뤼스’ 시리즈가 발매되었다. SWR는 독일의 오케스트라 중에서 가장 독일적인 사운드를 지닌 가장 미래지향적인 오케스트라로 손꼽힌다. 그것은 아방가르드 작곡가이기도 한 미하엘 길렌이 20세기 말 14년간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임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연주와 녹음을 계속하고 있어 SWR와 길렌은 여전히 동의어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방가르드의 첨단을 달리던 그 때 그 시절과는 달리 주로 근대 레퍼토리에 매진하고 있다.

첫 곡으로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전곡을 수록하고 있다. 솔직히 이 작품은 길렌보다는 현재 상임으로 있는 실뱅 캉브를랭의 연주가 더욱 듣고 싶지만, 대작을 좋아하는 길렌이 내줄리는 없을 것 같다. 길렌의 라벨에서 카라얀/베를린 필의 ‘모음곡 2번’(DG)에서 들려주었던 화려하고 동화와 같은 연주나 인발/프랑스 국립 관현악단(Denon)이 들려준 드뷔시와 같이 아득히 들려오는 환상적인 아우라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수많은 현대음악을 연주하면서 몸에 밴 음향적 접근을 기대하는 것이 옳은데, 기대한 대로 길렌은 음향 단편들과 그들이 엮어가는 세션들을 명확히 구분하며 절대음악적인 구성미를 이끌어낸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많이 들어본 감상자라면 틀에 고정된 듯한 느낌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음량이나 극적 표현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풀랑의 ‘암사슴’은 대중취향의 풀랑을 대변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마르첼로 비오티가 지휘하는 이 연주는 총 아홉 곡 중 서곡과 합창이 들어가는 세 곡을 뺀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있다. SWR은 역시 이 곡에서도 가볍고 화려한 색체적 표현은 매우 흥미롭지만 스토리 텔링에는 무게를 두지 않은 것 같다. 샹송이 들리는 듯한 프레트르/필하모니아(EMI)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라. 물론 관현악적 음향은 SWR가 단연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 작품의 장르를 ‘발레’가 아닌 ‘관현악을 위한 모음곡’이라고만 짤막하게 설명한 것은 SWR의 특성을 고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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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CE RAVEL/ FRANCIS POULENC - LES BALLETS RUSSES VOL.2/ MICHAEL GIELEN, MARCELLO VIOTTI [러시아 발레단을 위한 음악 2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