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ve의 대표적인 첼로 연주자이자 베스트 셀러 연주자이며, 프랑스 전체 음반 시장에서도 최고의 베스트 셀러 첼리스트이기도 한 안느 가스티넬의 신보 음반. 이번 앨범은 그녀의 15번째 앨범이자 그녀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이기도 하다. 20년이란 오랜 시간동안 그녀가 음악을 통해서 경험했던 열정, 기쁨, 감정, 고통을 뒤돌아 보며 자숙의 시간과 함께 자신의 행복을 많은 이와 함께 나누고픈 그녀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녀의 음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실내악의 필청 레퍼토리인 프랑크, 드뷔시, 풀랑크의 첼로 소나타를 그의 오랜 파트너이자 절친한 클레어 데저트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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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한 명기를 탄생시키긴 했지만 이탈리아의 첼로 계보는 그다지 화려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벨-롬베르크부터 발현된 독일 악파가 연주자의 계보에 있어서는 훨씬 풍성한 유산을 남겼다. 예상처럼 마래-뒤포르 형제에 의해 발전된 프랑스 악파는 현재 첼로 연주계의 위상처럼 최고의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음악사조가 완전히 전환되는 시기의 작곡가들 역시 자신들의 정신적 영역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 첼로라는 악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의 경우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간과 할 수 없지만 가장 독일적이라고 볼 수 있는 소나타 형식에 프랑스 고유의 형식을 덧대어 입혔다는 점에서 민족 작곡가로서의 드뷔시가 지닌 일종의 사명의식마저 느껴진다. 안 가스티넬의 연주에서는 이러한 드뷔시적 성향이 매우 잘 드러난다. 1주제의 재현부인 A형의 단편주제로부터 점차 사멸해 가는 종결부나 의도적으로 채도를 매우 옅게 진행해가는 그녀의 운궁은 드뷔시의 작품의 근원적인 미감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2악장의 희미한 플레절렛이나 무심한 피치카토, 3악장의 단발적인 템포변화를 매우 즐기면서 불규칙한 속도감을 구사하는 모습은 적어도 드뷔시 만큼은 그녀가 태생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폴 토르틀리에(EMI), 모리스 장드롱(Philips, EMI)의 섬세한 미감과도 그 맥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연주이다. 연주자의 구성상 완전한 카운터 파트에 서있는 두 독일인의 연주 또한 만만치가 않다.

최근 야노프스키/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의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고 아바도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단원, 하임바흐 실내악 축제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율리안 슈테켈 역시 프랑스 첼로 작품집을 녹음했다. 악기상의 차이점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일단 악기의 음색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가스티넬의 섬세한 고프릴러 첼로와는 달리 메힐러의 현대 악기(2005년)를 쓰는 슈테켈의 음색은 상당히 또렷하고 화사하다. 슈테켈의 드뷔시적인 음향에 대한 이해도를 떠나 이러한 음색이 연주에 있어서 장단점으로 작용할지에 대한 판단은 청자의 몫이다. 첼로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영의 형태가 다르기에 슈테켈의 경우 음색의 방향성이 매우 뚜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악장의 2부를 어스름한 미지의 세계로 인식했던 가스티넬과는 달리 슈테켈은 상당히 예리하게 음색을 연마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동일하게 수록된 풀랑의 소나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온음적인 요소가 충만한 이 작품에서 가스티넬의 엷은 음색에 비해 강렬하고 또렷한 음색을 들려주는 슈테켈의 연주가 좀 더 인상적으로 들리는데 특히 피아노와의 복잡한 악구가 신속하게 맞물리는 3악장의 경우 더욱 장점이 드러나는 연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수많은 스타일의 콜라주로 보아도 무방한 4악장의 경우 이와 같은 일관성 넘치는 강렬한 어법이 다층적인 면모를 지닌 풀랑의 작품에 걸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한편 가스티넬은 앨범에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편곡한 델사르 판본의 첼로 편곡버전을 수록하여 정통적인 프랑스 풍의 컨셉트를 강조했다. 한편 슈테켈은 생상스의 첼로 소나타와 작품 중간에 포레의 유명한 첼로 소품을 곳곳에 수록하여 앨범에 프랑스적인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나디아 불랑제의 흔치 않은 3개의 첼로 소품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우아함과 수학적인 정밀함을 모두 갖춘 아름다운 작품으로 불랑제의 작품에 대한 녹음이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월간 La Musica - 노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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