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는 슈만 생애 중 최대 창작의 시대로 <노래의 해> 1840년, <교향곡의 해> 1841년, <실내악의 해> 1842년, <합창곡의 해> 1843년으로 나뉠 수 있다. 드레스덴 시기 이후의 가곡은 보다 큰 스케일과 보다 깊은 작곡가의 내적 세계가 담겨있으며 2중창, 4중창 그리고 파트송 종류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의 작품 스페인 송 Op.74와 스페인 러브 송 Op.138은 스페인 명시를 텍스트한 것으로 스페인의 음악적 요소와 유럽의 칼라가 적절히 믹스된 것이다. Four-hand piano 반주의 스페인 러브송 Op.138은 교향곡, 실내악을 통해 보다 커진 슈만의 스케일과 그의 변화된 가곡 작품의 세계를 대표하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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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북유럽인들이 남국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괴테를 위시하여 많은 위대한 문호들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남국의 자양분을 마음껏 습득하였으며 이에 대한 자극은 위대한 문학작품의 탄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슈만 역시 남국의 강렬한 햇살의 유혹을 견디기 어려웠을는지 모른다. 이번에 녹음된 스페인의 사랑노래 Op.138은 슈만의 영감이 가장 극대화 되었던 1849년에 작곡된 작품이다. 아마도 스페인이라는 제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먼저 후고 볼프의 동명의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후고 볼프는 에마누엘 가이벨과 파울 하이제의 시에 노래를 붙였는데 이미 슈만이 가이벨의시로 동명의 작품을 먼저 출판한 셈이다.

스페인 사랑노래는 순수한 피아노 전주곡으로 시작되는 1번곡과 간주곡인 6번곡을 포함하여 총 10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별 작품에는 별도의 제목이 붙어있지 않다. 이 작품은 4명의 성악가와 네 손을 위한 작품인 만큼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필요하다. 이미 동일한 연주자들이 ‘브람스의 사랑노래’라는 비슷한 컨셉트의 음반을 출시했으며 이 음반은 그 음반의 후속작으로 출반된 셈이다. 이미 보니, 오터, 베어(EMI) 같은 특급 성악가 그룹과 그레이엄 존슨이 진행했던 슈만 프로젝트에 이 작품이 포함되었는데 이번 연주는 이전 연주를 상회하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필자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상 깊게 지켜본 성악가인 마를리스 페터젠이 부르는 1곡 ‘아픔을 가슴속 깊이’에서 보여주는 그녀만의 섬세한 감성표현과 애상적인 분위기는 보니의 나이브한 매력과는 또 다른 캐릭터와의 합일을 이끌어낸다. 스페인 기타의 아르페지오 선율을 모방한 듯한 넘쳐흐르는 ‘에브로 강’이나 볼레로 리듬을 표현한 간주곡은 음악과 시어와의 합일을 이루어내고자 한 슈만의 의도가 엿보인다. 섬세하게 조율된 감정, 4명의 성악가가 들려주는 고른 연주, 두 피아니스트의 파트너십 면에서 보았을 때 지금까지 나와 있는 연주들 중 동종 레퍼토리의 최상의 연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 월간 La Musica - 노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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