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GANG AMADEUS MOZART - IDOMENEO/ SUNHAE IM, RENE JACOBS [3CD+DVD]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 임선혜, 르네 야콥스]

리아스 실내 합창단, 임선혜(소프라노), 리처드 크로프트(테너), 알렉산드리나 펜다챤스카(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소프라노), 르네 야콥스(지휘)

- 고음악계의 거장 르네 야콥스의 모차르트 오페라 시리즈 - **** 2009년 가장 주목해야 할 오페라 음반 1781년 1월 29일 뮌헨에서 첫 공연 이후 가장 완벽한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탄생! 리차드 크로프트, 베르나르다 핑크, 알렉산드리나 펜다챤스카 등 당대 최고의 성악진, B조의 클라리넷 복원, 신선한 음악적 효과의 레치타티보, 정성이 가득 담긴 다큐멘터리 DVD, 고급스런 패키지는 이 음반의 성공을 장담하게 만든다. 르네 야콥스가 선택한 매력적인 목소리의 우아한 트로이 공주 일리아에 소프라노 임선혜 역시 휼륭하다.

[구성]
- Box set, CD+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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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르네 야콥스의 모차르트 <이도메네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도메네오>가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걸작의 숲’에 접어든 첫 번째 작품이며 어떤 면에서 보아도 18세기 오페라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던 것은 전통적으로 이 작품을 짝퉁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하이브리드 작품은 본질적으로 오페라 세리아보다는 곳곳에 륄리와 라모의 숨결이 배어 있는 프랑스 서정-비극(trag?die lyrique)에 가까우며, 야콥스는 <티토>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차르트 악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어떤 ‘숨김’도 없이 작품의 구조를 명쾌하게 살려냈다.

<이도메네오>는 긴 초연 과정에서 삭제와 개정을 되풀이한데다 나중에도 다듬었기 때문에 정확한 연주 판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야콥스는 가디너(Archiv)처럼 세세한 이본(異本)을 부록으로 수록하지는 않았지만 (가디너를 포함한 거의 모든 다른 연주와는 반대로) 아콤파냐토 및 세코 레치타티보를 거의 다 살리고 3막의 신탁 장면에서도 (모차르트가 가장 짧은 판본을 선호했다는 오랜 믿음을 거꾸로 해석해서!) 긴 판본을 선택했다. <코지 판 투테>부터 <돈 조반니>까지, 레치타티보가 언제나 야콥스 모차르트 연주의 가장 강력한 미덕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만큼 신선한 음악적 효과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얼핏 장황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모차르트의 어떤 오페라보다도 강력하게 드라마를 이끄는 레치타티보의 중요한 기능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신탁 장면은 자연스럽게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떠오른다.

야콥스는 가디너나 매커러스(EMI)처럼 레치타티보를 강력하게 통제하기보다는 가수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유도하는데(콘티누오도 효과적인 즉흥연주를 붙인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바로크 음악에 경험이 많은 가수들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야콥스의 템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다.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를 택하면서도 때때로 느린 템포로 강한 대비감을 주는데, 모차르트의 템포 지시에 크게 구속받지 않는 야콥스는 모차르트 오페라의 고정적인 기본 템포를 믿지 않는 것 같다. 때때로 변덕스럽다는 느낌을 주거나 좀 더 숨 쉴 공간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가령 3막의 장엄한 합창곡들은 좀 더 여유롭게 다루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이것 역시 전체적인 해석의 일부일 것이다.

야콥스 연주의 또 다른 장점인 적절한 배역 설정은 <이도메네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비교적 어두운 음색을 지닌 리처드 크로프트는 가볍고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젊은이 같은 느낌을 주었던 롤페 존슨(가디너)이나 보스트리지(매커러스)보다 이도메네오에 어울리며, 음색 변화도 자연스럽다. 이다만테를 부르는 베르나르다 핑크는 남성역에 필요한 명확한 중음역, 자연스러운 루바토와 풍부한 표정 등 그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폰 오터나 헌트-리버슨에 비하면 어둡고 깊은 음색과 다소 흐릿한 여성적 배음이 젊은 남성에 어울리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한편 우리 시선이 임선혜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생생한 프레이징과 따뜻한 음색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연약하지 않은 일리아의 성격을 잘 잡아냈다. 엘레트라를 부르는 펜다첸스카 역시 격렬한 노래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폭풍같이 펼쳐지는 마지막 아리아는 듣는 이마저 숨차게 만들어버릴 정도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도 제 몫을 다하는데, 특히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힘찬 표현은 이 오페라가 당대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씌여졌다는 것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다른 후기 오페라에서는 여전히 빛을 발하는 카를 뵘(DG) 같은 옛 연주들도 <이도메네오>에서만큼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밖에 없다. 원만하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모든 세부를 하나로 엮어낸 매커라스의 깊이 있는 해석과 곡 전체를 철저하게 새로 바라본 가디너는 두 지휘자의 가장 큰 업적에 속한다. 모차르티안으로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는 야콥스의 새 음반은 두 연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며,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이 작품의 야누스적인 면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아르농쿠르의 선구적인 시도(Teldec)를 일정부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제대로 만들어 낸 아름다운 패키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DVD)가 부록으로 들어있는데, 꼼꼼하고 성의 있게 만든 영상물이며 본의든 아니든 음반작업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것도 재미있다.

- 월간 La Musica - 이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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