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ORI: THE THEARTRE OF THE HUMOURS/ LES VOIX BAROQUES, LES VOIX HUMAINES [유머: 르네상스시대 축제의 음악 - 레 부아 바로크, 레 부아 위멘]

레 브와 바로크(보컬앙상블), 레 브와 위맹 콘소트(비올 앙상블)

북스테후데 [멤브라 예수 노스트리], [노래중의 노래], 두 장의 음반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레 부아 바로크가 수지 르블랑을 영입하고, 생트 콜롱브 시리즈로 낯익은 레 부아 위맹이 고음악 연주자들을 대거 영입하여 환상의 드림팀을 구성하였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완성한 음반은 르네상스시대 축제의 음악들로, 그 활기가 우리시대 명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풍요로움의 장이 되고 있다.

[서풍이 불어와]에서 전하는 찰스 다니엘스와 콜린 발처의 매력적 대화, [내가 미쳤어]를 부르는 수지 르블랑의 우아함 등은 너무도 달콤하다.

음반은 16, 17세기 유럽 음악을 다양하게 다루면서 큰 주제로 통일감을 주기 위해 연주회 프로그램처럼 구성하였다.
타이틀이 “Humori” 같은 단어로 되어있으면 무척 난감하다. 다행히 영문 부제로 “The Theartre of the Humours”가 붙어있었으나 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무척 고민스럽다.
여기서 유머는 단순히 희극적 성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같은 고대 의학자들이 언급한 4체액설에서 파생된 인간의 기질을 의미하고 있다.

인간의 기질이라면 우리로 말하자면 희로애락으로 빗댄 인간성 자체가 아니겠는가. 조금 상투적이지만 인간 극장이란 말로 대신해 보았는데, 16세기에서 17세기 사이 유럽의 음악을 선곡하여 다혈질, 담즙질, 점액질, 우울질 네 가지 기질로 분류하였다.
각 기질에는 이를 대표하는 네 개의 나라가 부제로 붙어있다. 다혈질에는 독일, 담즙질에는 프랑스, 점액질에는 이탈리아, 우울질에는 영국이 선정되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바뀐 것이 아닌가 싶지만, 기획자는 “호전적(martial)”, “명민한(agile)”같은 단어로 기질을 조금 바꾸어 표현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16, 17 세기 음악을 다루는 음반에 인문학적 내용을 외삽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여러 음악 사이를 엮어낸 발상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에서 손님이 주인은 몰아내면 곤란하다. 결혼식 사회를 부탁했더니 신랑자리에 서있는 격이다.
주인은 음악이어야겠지만 네 개의 기질에 여러 가지를 끼워 맞추다 보니 잘못된 이름표 때문에 음악마저 어색하게 들린다. 독일파트에는 독일어 노래가 없고, 네 기질과 작품의 스타일에 따라 음악을 해석해야 할 연주자들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
한 곡씩 떼어 보면 순하고 아름답게 들리기도 하지만, 한자리에 모아 놓으니 잘못 그려진 브뤼헬 풍의 그림처럼 어지럽고 산만하다.

- 월간 La Musica -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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