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CCOK(프로젝트 꼭) - JUST ME

프로듀서의 변(辯)

[프로젝트 꼭] 의 정규 1집이 나오기 까지 꼬박 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요즘같이 컨텐츠의 생성과 소멸이 점점 빨라지는 시점에, 어쩌면 길다 할 수도, 완성도를 높이기엔 짧다 할 수도 있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스스로들 조금씩 성장했다고 믿고 싶네요.

본 앨범 [JUST ME]는 음악과 음악외적인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Referenceless (참고음원 없이 작업) ’의 꿈은 만연한 카피의 시대에 되도록 지키고 싶은 창작음악가의 자부심 같은 것이었는데, 사실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방향성이 없다는 것은 어디로든 갈 수 있음과 동시에, 어디로 가야할지모르는 것이기에 우리는 많은 시간을 허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첫 번째 싱글앨범의 곡들이 바로 이번 정규앨범의 7번과 9번인 ‘놀이터’ 와 ‘Running High’입니다.
7번 트랙인 [놀이터]는 버클리음대출신의 사운드 아티스트 [김지호]님의 세심한 편곡으로 탄생된 3박자 곡입니다.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조합을 꾀했던 첫 싱글의 모토답게 곡의 느낌을 더욱 몽글몽글하고 아련하게 해주었던 편곡기법을 이번앨범에 그대로 살려 Remastering으로 보정만 더해보았습니다.
9번 트랙인 [Running High]는 보사노바의 아버지 [Antonio Carlos Jobim]의 대표곡 [How insensitive]의 코드에 새롭게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입니다. 어마어마한 대가인 조빔에 대한 제 개인적 애정을 담은 곡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첫 싱글앨범엔 ‘Tribute to A.C jobim’이라는 서브타이틀을 같이 달아놓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Running High (2014 New ver.) 에는 프로듀서 Stayhome(김 인수)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새벽아침 공원에서 휴대폰 Lock을 풀고, 음악을 트는 조깅전의 효과음들, 이어폰을 끼고 뛰기 시작하는 발자국 소리를 리듬으로 만들어내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Stayhome과의 작업을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과의 교감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시간들입니다. [프로젝트 꼭]은 말 그대로 프로젝트 성향을 가진 ‘창작집단’을 지향합니다. 많은 아티스트들과 장르를 허무는 다양한 작업들을 해보고 싶어서 팀 이름에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넣게 되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객원 보컬리스트 [김은교]와의 작업은 아주 특별했었습니다. 서로 떠오르는 영감들을 곡으로 옮기기 시작했었고, 그렇게 탄생한 곡들이 이번앨범 5,6,10번 트랙인 [Look Back], [어른은], [소울 메이트]입니다.

5번 트랙 [Look back]은 보컬의 매력이 잘 돋보이는 Soul tune입니다. 원래는 기타하나로 연주되는 포크스타일의 곡이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후렴구와 가사를 붙여 완성한 곡입니다. 녹음실에서 거의 한방에 녹음을 끝낼 만큼 완벽한 보이스톤과 정확한 음감을 자랑하는 [김은교]는 6번 트랙 [어른은]에서 후렴부분 작곡과 작사에 직접 참여해 곡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였는데요,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성인의 테두리에 혼란스러워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10번 트랙인 [소울 메이트]는 제가 몇 년 전에 만들었던 발라드 곡을 [Robert Glasper]의 음악을 듣고 영감을 얻어 정글리듬으로 편곡한 곡인데, 후배 재즈피아니스트 [박 종현]씨의 불을 뿜는 듯 강렬한 EP솔로는 이 곡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두 번째 싱글은 소소하게나마 [프로젝트 꼭]을 알릴 수 있었던 앨범이자, 외부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실제로 마스터링을 제외한 모든 작업들을 Stayhome과 둘이서 해냈는데, 이런 모든 작업의 시행착오는 이번 정규앨범을 만드는데 중요한 경험으로 작용했습니다.
4번 트랙 [나를 위한 자장가]는 정말이지 너무나 심혈을 기울여 쓴 곡입니다. 왜냐하면 저의 가장 외로운 시절을 음악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인데, 덕분에 조금은 청승맞고, 처절한 내용의 곡이기도 하네요. 이 곡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유학파 피아니스트 [최 현우]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처음엔 나일론 기타로 연주되었는데 피아노 편곡으로 바뀌면서 곡의 무게감이 더 해졌습니다.
[프로젝트 꼭]의 ‘꼭’은 [꼭 안아주다]에 쓰이는 부사(副詞)로 영어로는 표현해내기 힘든 따뜻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꼭]의 첫 번째 앨범은 그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꼭 안아주어야 할 ‘나’에 대한 이야기가 대주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My Song]은 그런 앨범의 주제 [JUST ME]에 가장 적합한 1번 트랙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누구에게나 어떤 의미로든 ‘속박’의 경험은 있을 것 입니다. 그 누구도 가두려하지 않지만, 스스로가 만들어낸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힘들어하는 그런 현대인들, 우리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원래 첫 싱글앨범의 3번 트랙으로 만들었던 나긋나긋한 5박 포크송이었는데, 새로운 편곡을 거치며 마치 해변가를 달리는듯한 효과음들과 웅장한 String 과 Horn을 인트로와 곡의 후반부에 배치했습니다. 마치 돌림노래와 같은 [구자창]의 후반부 보컬편곡은 이 곡의 에너지를 한층 끌어올려주기에 충분합니다.
2번 트랙 [히어로우]는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이 사회의 영웅이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곡으로 ‘히어로’와 [낮다]라는 의미의 ‘로우’를 합해서 만든 제목입니다. 결국 ‘착한 놈’이 항상 승리하는 정의는 과연 어렸을 때나 즐겼던 만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것일까요? 드럼 베이스 기타의 심플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Funk스타일곡으로 후반부에 ‘착한 놈이 승리한다’가 주문처럼 반복해서 흘러나오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꼭 ‘착한 놈’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3번 트랙 [어제 헤어진 너에게 오늘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새로운 보컬 [유초롱]의 매력이 한껏 돋보인 곡입니다. 8/6박자 곡은 요즘 그리 흔한 컨셉이 아닌데요, 마치 그네를 타듯 유려한 느낌으로 편곡을 해보려 노력했습니다. 드럼 없이 기타와 플랫리스 베이스만으로 심플하게 연주해서 가사내용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도록 만들어 보았습니다. 보컬 [유초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의 가사가 듣는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8번 트랙 [홀로]는 프로듀서 Stayhome이 쓴 곡에 제가 B파트와 가사를 수정해서 완성한 곡입니다. 실제 Stayhome이 이별 직후에 썼던 곡이라 원곡은 훨씬 더 처절한 느낌이 있는데 기회가 있으면 꼭 들려드리고 싶네요. 부끄럽지만 앨범에서 유일하게 제가 부른 곡이기도 합니다만, 보컬트레이너 [구자창]의 섬세한 디렉팅으로 그 나마 조금 완성도가 생겨서 수록까지 되었는데요, 소심하게 8번 트랙쯤에 배치를 해보았습니다.
이제 정규앨범의 모든 작업이 끝났는데요, 한 곡 한 곡 너무 소중해서 듣고 또 듣고, 마지막까지 실수한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피고 있자니 마치 곡들이 자식들 같이 느껴집니다. 지겨워질만도 한데 말이죠.
앨범 한 장이 나오는 모든 작업들을 직접 관여하고 진행하면서 인디음악 기획자들의 고충들을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외부자본의 도움 없이 완전하게 ‘독립된’ 기획을 해내면서 힘들었지만 뭔가 모를 사명감도 생깁니다. 한 조각의 수제케이크를 만들어내는 작은 빵집의 파티쉐같은 느낌이랄까.　아무쪼록 즐거운 테이스팅이 되길 바라며.

자 이제 맛보아주세요!

- 프로듀서 RO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