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KMADDAFAKKA - HEST

‘Kings of Convenience’의 뒤를 잇는 베르겐 웨이브(Bergen Wave)의 새로운 사운드!
KAKKMADDAFAKKA의 세계시장 진출 데뷔작 [Hest]!

KAKKMADDAFAKKA (이하 ‘KAKK’)는 2004년 노르웨이의 두 번째로 큰 도시 Bergen에서 형제인 Axel Vindenes, Pal Vindenes와 그들의 고등학교 친구인 Jonas Nielsen, Stian Sævig로 결성되었다. 한 번의 연주만을 위해서 밴드를 만들었지만, 그 한 번의 무대에 모인 약 400여명의 관객의 반응이 너무나도 뜨거워, 밴드는 장난처럼 지은 그 이름 "KAKKMADDAFAKKA" 그대로 밴드를 유지하기로 한다. 첫번째 무대에서 이끌어낸 관객들의 호응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밴드가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한 이유는 시종일관 춤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라이브 퍼포먼스였다. 남자 3명으로 구성된 댄서 겸 코러스까지 두고 거의 매 무대마다 변함없이 이들이 서로 뒤엉켜 신나고 떠들썩하게 만들어내는 무대에 대한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그들은 길지 않은 시간에 주목 받는 밴드가 되었다. 이후 KAKK은 노르웨이에서만 100회 이상의 공연을 하고, 음반을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까지 유명세를 떨치게 되어,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캐나다 등에서 펼쳐지는 유명 페스티벌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 KAKK은 첫 앨범을 발표하기도 전에 전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밴드가 된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스튜디오 앨범을 기대하게 되었다.

2007년이 되어서야 KAKK은 노르웨이 국내 데뷔 앨범 [Down to Earth]를 발매한다. 데뷔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처음으로 내놓은 그 앨범은 노르웨이 VG차트에서 20위에 오르는 성과를 얻는다. 주목할만한 점은 싱글 커트된 수록곡 "Cool"의 뮤직비디오가 MTV를 통해 많은 방영수를 기록하고, 결국 MTV European Music Awards의 ‘The Best Norwegian Act’ 부문 노미네이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영상은 그들이 그동안 펼쳐왔던 공연 영상과 직접 연출한 장면, 그리고 재미있는 스틸 사진만을 이용해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것이었는데, 이를 시작으로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디오 블로그 등을 통한 영상 컨텐츠의 제작은 KAKK의 활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발 빠르게 편집하여 올리는 건 기본이고, 'Ask the KAKK'이라는 코너를 통해 전세계 팬들이 쏟아내는 온갖 질문들에 익살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답하는가 하면, 밴드의 댄스와 코러스를 맡고 있는 멤버들을 'Kakkmaddachoir'로 훈련하는 과정을 연출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주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쉽이 담긴 행적을 쫓아 2차적 즐거움을 얻고 싶어하는 이 시대의 팬들에게 KAKK의 이러한 유연성과 민첩성은 가장 큰 장점이다. 더욱이 노르웨이 국내시장 보다는 해외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활동의 폭을 넓혀가려는 KAKK에게 어쩌면 이 부분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도 있다.

첫번째 앨범을 통해 노르웨이 국내에서의 성공은 물론, 몇 번에 걸친 전유럽 투어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KAKK은 서서히 두번째 앨범에 대한 구상에 들어갔다. 이 때, 새앨범에 대한 그들의 고민은 무대에서 보여주는 가볍고 유쾌한 모습과는 달리 아주 진지하고 오래된 것이었다. "우리가 첫앨범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여러가지 면에서 앨범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앨범에 대해서 우리는 성급하지 않았고,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싶은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했고, 결국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Axel의 이러한 코멘트를 통해서, 새앨범에 대한 그들의 고민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가볍고 유쾌한 모습과는 다른 다소 진지하고 성숙한 자세에서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KAKK은 지금까지 그들의 성공의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이었던, 라이브를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키는데 집중된 음악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송라이팅에 대한 의욕까지 키운다. Axel은 그 점에 관하여 "토요일밤 콘서트에서 관중들을 미쳐버리게 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과, 일요일 아침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를 해내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

Kings of Convenience와 The Whitest Boy Alive를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진 Erlend Øye는 KAKK의 멤버들과 같은 Bergen 출신으로, 라이브 쇼를 통해 KAKK에게 매료된 오랜 팬이었고 KAKK은 그를 앨범의 프로듀서로 영입한다. 이는 Erlend Øye의 프로듀서 데뷔작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노르웨이 Bergen Wave의 선배로서 New Bergen Wave의 선두주자인 후배 KAKK에게 세계 시장으로의 바통을 넘겨준다는 의미도 가진다. (Bergen Wave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노르웨이를 벗어나 세계시장으로의 돌파구를 뚫어 성공적 커리어를 달성한 Bergen 출신의 밴드들을 일컫는 말로서, Royksopp 과 Kings of Convenience 등이 그 대표적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대형 레이블과의 연계를 지양하고, 입소문과 각종 네트워킹을 통해 점점 저변을 넓혀가는 인디적 접근을 취하는데 이러한 성격은 다음 세대인 KAKK의 활동 모습 그대로이다. 그런데 KAKK에 대하여 Bergen Wave 앞에 " New" 라는 수식어를 더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의 Bergen Wave가 기타팝이나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얹었던 낮은 톤의 멜랑콜리한 멜로디를 걷어내고, 좀 더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아이디어를 채워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양상으로 이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1년 2월, KAKK의 세계시장 진출 데뷔작 [Hest]가 완성된다. Erlend Øye의 참여는 KAKK이 가진 독특한 멜로디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근거로 하는 모든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 팝시장 진출을 위한 멜로디와 사운드의 명확함을 이뤄냈다. 본 앨범에 대해 Erlend Øye는 이렇게 자평한다. "나는 이 앨범이 매우 자랑스럽다. 마지막 결과물을 보면 나의 참여가 앨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일은 프로듀서에게 항상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앨범의 첫트랙인 "Restless"는 노래의 각 섹션 마다 확연히 구분되는 기타 리프, 타이트한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셋 구성, 후렴구에서 신스를 통해서 극적인 전환을 이루는 방식, 그리고 툭툭 내뱉듯 부르는 직선적 멜로디 등이 인상적인데, 과거 The Police 에서나 볼 수 있었던 훌륭한 구성을 갖추었다. 두 번째 곡 "Your Girl"은 한동안 국내에서도 유행하던 후크송처럼 반복되는 후렴구를 가졌고, 약간의 변주를 통해 반복되는 멜로디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확실히 기억에 남아, 히트 싱글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피아노 솔로 인트로가 인상적인 세번째 곡 "Self-Esteem (Wenga)"는 가벼운 관계에서 겉돌기만 하는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요구를 담은 곡으로, 특별한 악기의 보강 없이, 그들의 기본적 구성의 악기 만으로 라틴-아프로적 사운드를 훌륭하게 구성해내는 것으로 보아, 장르에 대한 그들의 이해도가 꽤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리듬 위에 넘실대는 스트링의 역동적인 리프가 인상적인 4번째 트랙 "Make the First Move"는 보컬들과 코러스라인이 서로 주고 받는 노래가 흡사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시종일관 퍼즈 기타의 선 굵은 리프가 전곡을 이끌어가는 다섯번째 트랙 "Heidelberg"는 연주곡인 덕분에 페스티벌 무대에서 춤과 코러스를 맡은 Kakkmaddachoir의 활약이 기대되는 곡이다. 후렴구에 반복되는 유니즌 코러스 라인이 흥겨운 여섯번째 트랙 "Touching" 은 팬이 직접 만들어 헌정한 뮤직비디오의 단체 샤워신의 '므흣'함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다. (KAKK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못지 않게, 팬들이 헌정한 뮤직비디오들도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과 과감함 또한 놀랍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튜브와 KAKK의 홈페이지를 통해, 눈으로 확인할 것을 권한다.) 7번째 트랙 "Gangsta"는 가사가 가지는 여러가지 모티브와, 마이너 펜타토닉의 성격을 진하게 풍기는 멜로디 라인, 그리고 결정적으로 곡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유명한 기타 리프를 고려하면, 밥 말리 오리지널 "I Shot the Sheriff"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2차적 창작물로서의 성격이 짙어, 원곡에 대한 헌정곡 내지 KAKK의 21세기 버전 "I Shot the Sheriff"로 지칭할 수 있겠다. 각 섹션 마다 화려하게 변하는 피아노의 힘찬 컴핑이 이끌어가는 마지막 트랙 " Drø Sø" 는 앨범의 마지막까지 완성도를 유지하는 프로듀싱의 미덕이 느껴지는 곡으로서, 이 기분 좋은 신세대 Bergen Wave 밴드와의 마지막 인사로서 참 적당한 선곡이다.

Erlend Øye는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음악으로서 KAKK의 본 앨범 [Hest]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본 앨범의 프로듀서로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Kings of Convenience와 The Whitest Boy Alive를 통해 한국 무대를 경험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장본인으로서, 그가 한국인에게 답례로써 주는 새로운 선물이기도 하다. 시간 경계선 오차 때문인지 약 1년 늦게 배달된 이 선물은 한국에서는 잠시 멈췄던 노르웨이산 Bergen Wave 시계를, 다시 돌리는 태엽이 되었고, 올여름 젊음과 춤과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에서나 그 물결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1년 늦게 밀려온 이 파도에 즐거운 여름을 보낸 한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한국에서 명불허전 KAKKMADDAFAKKA의 라이브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12년 6월, 박성도 (‘원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