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 더 로즈 [THE ROSE]

베트 미들러
성장은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했고, 연기를 전공했던 하와이 대학을 1년만에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로 레스토랑과 클럽에서 노래를 하면서 뮤지칼 스타로서의 꿈을 키웠다. 하와이를 무대로 한 죠지 로이 힐 감독 줄리 앤드류스, 막스 폰 시도, 리차드 해리스 주연의 대작 <하와이(Hawaii)>(66)에 단역으로 출연을 했고, 그 출연료를 가지고 뉴욕으로 갔다.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인 라 마마 극장에서 무대에 선 후,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브로드웨이 무대 오디션에 합격하여 처음에는 합창단원으로 출연했으나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아 장녀 자이텔 역으로 발탁되어 3년간 계속 출연했다. 여기서 그녀는 자신의 방향을 일단 가수 쪽으로 잡는다.
70년부터는 뉴욕 컨티넨털 호텔의 쇼 뮤대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무대로 일약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가창력과 쇼맨쉽이 뛰어난 그녀의 화려하고 박력있는 무대는 곧 뉴욕의 명물이 되었다. 마침내 72년에는 자신의 TV 쇼를 하게 되었고, 어틀랜틱 레코드사와 계약하여 첫 앨범 을 73년 1월에 발표하였다. 첫 싱글곡 "Do You Want To Dance?"는 경쾌한 댄스 리듬으로 차트 17위까지 오르는 히트를 했다. 그녀의 진가는 40년대 앤드류 시스터즈의 곡을 리바이벌한 재즈곡 "Boogie Woogie Bugle Boy"가 나오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뛰어난 보컬 센스가 한껏 발휘된 이 곡은 탑 텐(8위)의 대히트를 했고, 앨범 역시 골든 디스크를 기록하며 앨범 차트 탑 텐(9위)에 들었다.
73년 연말에는 앨범을 발표했다. 그녀의 초기 음악세계를 가장 잘 나타낸 것으로 꼽히는 이 앨범은, 비록 싱글로는 "Friends"가 40위를 하는데에 그쳤지만 앨범 자체는 6위까지 오르는 대히트로 또다시 골든 디스크를 획득하였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몇 년 후 자신도 가수로 데뷰하여 "Mandy", "I Write The Songs" "Looks Like We Made It"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는 남자가수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가 이때 그녀의 밴드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위의 두 앨범 레코딩에도 참여를 했었다는 것이다. 마침내 73년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그녀에게 최우수 신인상이 수여되었다. 그후로 그녀의 활동은 레코드와 무대를 통해서 화려하게 계속 펼쳐졌으나, 뛰어난 스테이지 매너와 가창력을 발휘한 쇼 무대에서의 인기는 라스베가스와 뉴욕 등지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반면에 레코드는 76년에 발표한 앨범 과 79년의 싱글 "Married Man" 만이 겨우 40위 이내에 들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도 영화에 진출하려는 그녀의 야심은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지만, 많은 가수들이 헐리우드의 상업주의에 희생되고만 전례를 그녀는 피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출연 제의를 신중하게 선별하였다.
74년에 출연한 영화는 하나의 막간에 불과했고, 그녀가 기다리던 기회는 마침내 79년에 찾아왔다. 불꽃같은 생을 살다간 여성 록가수 재니스 조플린을 모델로 해서(영화의 줄거리는 그녀의 생애와는 다르다), 마크 라이델 감독이 만드는 영화 <로즈(The Rose)>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연기자와 가수 양면 모두에 있어서 그녀에게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성과 상업적인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며 사랑의 아픔도 겪다가 끝내는 무대에서 쓰러지고마는 여주인공으로, 그녀의 열연은 빛났다. 비록 수상은 <노마 레이(Norma Rae)>의 샐리 필드(Sally Field)에게 돌아갔지만,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것의 그녀의 첫 주연 영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대부분을 촬영현장에서의 라이브로 레코딩한 사운드트랙 앨범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마이클 볼튼도 리바이벌한 퍼시 슬레지의 히트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부른 "When A Man Loves A Woman"이 첫 싱글로 발매되었으나, 반응은 크지 않았다(35위). 그러나 타이틀 곡인 "The Rose"가 나오면서 팬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잔잔한 발라드 명곡인 이 노래는 그녀의 뛰어난 가창력과 어울려 대히트를 기록했고(싱글 차트 3위, 골드 싱글), 사운드트랙 앨범의 인기도 함께 상승하여 12위까지 오르며 플래티늄 디스크(100만장 이상 판매)가 되었다. 이 앨범은 이전까지 재즈풍의 음악을 주로 하던 그녀의 음악적 방향을 직선적인 록과 발라드 쪽으로 선회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어 79년 연말에는 패사데나의 시빅 오디토리움에서의 공연실황을 찍은 기록 영화 가 개봉되었고, 사운드트랙 앨범 와 싱글 "My Mother's Eyes"도 그런대로 히트를 했다(각각 34위, 39위).
이후 그녀의 활동은 배우 쪽으로 급선회를 한다. 얼마동안은 코메디 영화들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보여주었다. 82년의 이후 한동안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원맨쇼로 큰 인기를 끌었고, 터치스톤사와 계약하여 86년의 <비버리힐즈의 낮과 밤(Down & Out In Beverly Hills)>을 시작으로 <골치아픈 여자(Ruthless People)>(86), (87), 등이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코메디 작품들에서 그녀는 헐리우드의 뛰어난 코메디 배우들에 대해서 조금도 뒤지지않는 연기력을 과시해 팬들의 인기를 모았다. 88년에는 이러한 경향에 전환점을 가져온 에 출연했다. 게리 마샬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두 여인의 30년간에 걸친 우정을 그린 멜로드라마로, 수준높은 영화는 아니었으나 개성파 여배우 바바라 허쉬와 공연한 그녀의 명연은 이래로 최고로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음악 면에서 최고의 성공을 그녀에게 안겨주었다. 영화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팝뮤직 역사에 남을만한 명곡으로 꼽히는 주제가 "Wind Beneath My Wings"는 그녀의 가수생활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빛났고 그해 그래미상에서도 아카데미상의 작품상에 해당하는 최우수 레코드상(Record Of The Year)을 차지했다. 그녀가 대부분의 곡을 부른 사운드트랙 앨범도 차트 2위까지 오르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90년에는 한술 더떠서 완전히 최루성 멜로드라마 에 출연했고, 91년에는 <결혼 기념일(Scenes From A Mall)>에서 하이 코메디의 거장 우디 알렌과 공연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91년 연말과 92년 연초는 그녀에게 또하나의 빛나는 시기가 되었다. 다시 마크 라이델 감독의 영화 에서 제임스 칸과 공연하게 된 것이었다. 평생을 전선의 장병들 위문에 바친 어느 가수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그녀는 또다시 명연을 보여 골든 글로브상에서 코메디/뮤지칼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다시한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어느모로 보나 이제 그녀는 연예인로서의 절정기에 있는듯 하다. 과연 쉐어(Cher)에 이어서 가수 출신 배우로서 아카데미상을 받는 일을 달성할 지는 앞으로 더 보아야 하겠지만, 이미 보여준 성과로도 그녀는 바브라 스트레이산드, 라이자 미넬리, 줄리 앤드류스 등에 못지않은 뮤지칼 스타가 되었다. 전혀 미인이 아닌 용모지만, 커다란 얼굴 전체로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스크린에 구현해 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