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O(제노) - REALIZATION

1집 앨범 "Disclosure" 의 연장선상에 있는 2집 앨범 "Realization"으로 1년만에 돌아온 힙합아티스트 ZENO

지난해 발매된 1집에서 대중적인 음악의 노선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고집했던 그가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결과물을 들고 올지 상당히 궁금하게 한다. 일단 자켓의 분위기를 봤을 때는 역시나 비슷한 소재의 음악이 아닐까 예상을 해본다. 앨범 타이틀은 "폭로"에서 "깨달음"으로 순화(?)된 듯 보이지만 깨달음이라는 것이 과연 쉬운 것일까?

음악으로 말할 수 있는 한계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메세지를 들고 나온 이번 앨범을 디테일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집에서는 13곡의 앨범 트랙이었는데 이번에도 12곡으로 채워진 정규앨범이다. 이번에도 ZENO는 앨범 전곡 프로듀싱을 하였고, 피쳐링으로는 MC.OK 가 참여하였다.

타이틀곡은 첫 번째 트랙 "Turn off your TV" 이다. 트랩사운드와 오토튠을 사용한 훅이 신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TV가 바보상자라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는 말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TV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TV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의해 세뇌되는 세상인 만큼 "너의 TV를 끄라"는 곡의 메세지는 매우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곡 이외에도 "Earth is flat"이라는 곡 역시 상당히 특이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유명 래퍼 B.O.B 가 다루기도 했던 평평한 지구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곡이다. 1집에서도 "나사 빠진 NASA" 라는 곡으로 Flat earth를 알림과 동시에 신랄하게 NASA를 디스했는데 이 곡은 더 음산한 분위기로 진지하게 주제를 다루었다.

이번 앨범은 앨범타이틀의 느낌과 다르게 더 살벌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듯하다. "음식의 종말"이라는 곡에서 우리가 자주 먹는 커피의 카페인의 위험성, GMO 최대 수입국가인 한국의 위기를 메세지로 알리고 있다. "Chemtrails"라는 곡도 마찬가지이다. 후렴구와 브릿지에서 나오는 스님의 절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만큼 우리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곡이다.

이번 ZENO 의 2집앨범은 1집에서 그가 다뤘던 내용의 연장선상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어떤 사실을 폭로한 것이고 이제는 우리의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역설한 것이 아닐까 한다. 상업주의,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음악계에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진실을 말하는 이런 뮤지션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01. Turn off your TV
앨범의 첫 번째곡이자 타이틀곡인 트랙으로 가사를 신경 안 쓰고 듣는다면 신나는 사운드의 곡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렴구에서 연신 외쳐대는 "Turn off your TV" 이 외침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TV를 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디어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세뇌를 당하고 있다는 가사들은 소름 끼칠 수 있지만 어떠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곡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02. Earth is flat
1번트랙의 신나는 분위기는 순간 음산해진다. 그만큼 이번 2번째 트랙의 분위기는 웅장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주제가 그렇게 무거운 것일까 하면서 가사를 들어봤을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Flat earth 라는 명제는 현대과학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주제이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NASA를 비롯한 과학계는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런 심각한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타이트한 벌스의 랩파트에서는 라임에 맞게 지구가 평평한 증거들을 조목조목 말해주고 있다. 후렴에서는 "Earth is flat"의 외침이 계속되는 중독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다.

03. Chemtrails
슬픈 피아노 연주 위에 강한 비트가 어우러진 곡이다. 제목 "Chemtrails"는 Chemical + Contrails의 합성어라고 한다. 비행기에서 뿌리는 독성물질로 인해 사람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후렴에서는 "We don't know"의 반복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고, 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깨달음인지 어떤 면에서 이해를 가게 해주는 곡이다.

04. 음식의 종말
제목에서와 같이 이 노래 역시 슬프고 음산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랩으로 시작하고, 후렴에서는 비트가 빠지면서 커피와 카페인의 중독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곡의 브릿지에서는 GMO 관련 뉴스앵커의 멘트가 샘플로 나오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현재 우리나라의 먹거리 실태를 고발한 곡이라 할 수 있다.

05. Devil's slaves
이 곡 역시 2번부터 시작된 음침한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피아노와 신스의 음색은 슬프고 음산하다. 훅에서는 오토튠을 이용한 보컬이 나와서 상당히 특이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악마의 하수인 이라는 뜻의 영어 제목이고 그들을 믿지 말라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세계의 유명인사들 중 그런 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빌게이츠, 오바마, 힐러리 등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우리들은 제3의 눈을 뜨고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06. AI
타이트한 비트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루브가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후렴도 계속 따라 부르게 되는 중독적인 곡이다. AI 즉 인공지능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는 곡이다.

이런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가수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목조목 미래로 가는 현시점의 우리들에게 AI 의 위험성을 가사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나 "아무것도 손도 안대는 게 뭐가 그리 부럽니? 총을 갔다 대기 전인데도 벌써 손들었니?" 같은 가사는 굉장히 재치 있는 펀치라인이라 보인다.

07. Matrix (Feat.MC.OK)
트랩비트가 타이트한 랩과 잘 어우러진 이 트랙은 OMP 시절 ZENO와 같이 했던 MC.OK 의 피쳐링이 들어간 곡이다. 우리가 매트릭스하면 떠올리는 것은 영화 매트릭스이다. 가상현실이라 할 수 있는 이 매트릭스를 현실에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MC.OK는 훅에서 단단한 중저음의 랩을 들려준다. 전반적인 앨범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다.

08. My way
피아노의 화음과 드럼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비트의 트랙이다. 이 곡에서 ZENO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고 거기에 모두 걸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자신의 음악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09. Hellywood
빠른 템포의 곡으로 약간은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반과 퍼커션의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헐리웃을 "Hellywood" 라고 재치 있게 바꿔서 헐리웃을 비판하고 있다. 영화산업이 우리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한 만큼 그 산업을 장악한 자들에 의해 그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브릿지에는 유명한 음모이론가 데이비드 아이크(David icke) 가 헐리웃에 대해 이야기 한 샘플이 나와 흥미롭다.

10. Karma
곡의 시작과 동시에 스님의 불경을 읊는 샘플이 흘러나온다. 화엄경의 구절이 나오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이 곡은 제목이 "Karma" 인 것으로 미루어 불교에 대한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벌스 부분에서는 단순한 루프와 드럼비트에 랩이 나오지만 후렴구에서 다시 화엄경의 구절을 읊는 스님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연신 Karma 를 외쳐댄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유니크한 곡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11. Hippocrates
다시금 음침한 분위기로 돌아오게 만드는 곡이다. 신스와 피아노 소리는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탄탄한 비트와 래핑은 계속된다. 그리고 훅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대해 반복한다. 이 곡은 상업화로 인해 잘못된 의술, 처방 등을 하는 의료계에 대한 비판을 담은 곡이라 할 수 있다.

12. 그림자 정부
이번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트랩 사운드에 타이트한 랩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소리는 거칠어져 있고,마치 그림자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정부 위의 정부라는 존재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진실을 본다면 제대로 간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로 끝나서 다행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